헤어지고 나니 같이 알던 친구들이 어색해요
사귀면서 친구들이 겹쳤다면 헤어진 뒤 모임 단톡방부터 어색해져요. 친구들에게 알리는 말, 편 가르지 않는 법, 둘 다 나오는 모임을 정하는 방식까지 담았어요.

단톡방에 "이번 주 토요일 다들 시간 돼?"가 올라왔는데 답을 못 쓰고 화면만 보고 있는 거죠. 걔도 오는지 묻고 싶은데 그걸 묻는 것부터 이상해 보이고, 안 간다고 하면 다들 이유를 짐작할 것 같고요. 이럴 때 친구들도 똑같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먼저 알아 두세요. 둘 중 한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한마디만 해 줘도 어색함은 절반쯤 풀려요.
친구들도 어디에 서야 할지 몰라요
헤어진 걸 안 친구들이 갑자기 말수가 줄거나, 단톡방에서 내 말에만 반응이 늦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내가 예민해진 건가 싶다가도 혹시 다들 걔 편인가 하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그 친구들은 대부분 뭘 물어봐도 되는지, 걔 얘기를 꺼내도 되는지 몰라서 입을 다문 거예요. 서운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실수할까 봐 조심하는 쪽에 가까워요.
친구들이 원래 누구 친구였는지에 따라 사정이 조금씩 달라요. 원래 내 친구였던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아요. 상대 쪽 친구였는데 사귀면서 친해진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상대 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요. 제일 애매한 건 둘이 사귀면서 같이 알게 된 모임이에요. 누구 자리라고 정해진 게 없으니 둘 다 나가기 불편해지거든요. 지금 신경 쓰이는 친구가 이 중 어디에 있는지 나눠 보면 어디에 힘을 써야 할지 보여요.
알리는 말은 한 번, 짧게
친구들이 다른 데서 먼저 듣고 어색해하는 것보다 내 쪽에서 한 줄 보내 두는 게 편해요. 단톡방에 공지하듯 올릴 필요는 없고, 가까운 몇 명에게 따로 보내면 그 친구들이 알아서 전해 줘요. "우리 헤어졌어. 둘이 얘기 잘 하고 끝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모임은 평소처럼 해 줘." 이 정도면 친구들도 나를 어떻게 대하면 되는지 감을 잡아요.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자세히 설명할 의무는 없어요. "그냥 안 맞는 게 쌓였어.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하고 넘겨도 돼요. 가능하면 상대와도 친구들에게 어디까지 말할지 대충 맞춰 두세요. 한쪽은 좋게 헤어졌다고 하는데 다른 쪽은 하소연을 늘어놓으면, 친구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서 둘 다 피하게 돼요.
편을 만들고 싶어질 때
솔직히 친구들이 내 편이었으면 좋겠죠. 걔가 얼마나 서운하게 했는지 다 알아줬으면 하고, 걔랑은 연락을 끊어 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다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친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사람이 돼요. 그 자리를 반기는 친구는 없어서, 결국 둘 다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는 쪽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요.
험담도 같은 이유로 참는 게 나아요. 겹치는 친구에게 한 말은 거의 다 상대 귀에 들어가요. 친구가 일부러 전하지 않아도 "걔 요즘 많이 힘든가 보더라" 하는 식으로 새어 나가요. 털어놓고 싶은 얘기가 쌓였다면 상대를 모르는 친구, 회사 동료, 가족처럼 그 무리 밖에 있는 사람에게 하세요.
"걔 생일 모임 갈 거야?", "걔랑 아직 연락해?" 같은 질문도 사실은 편을 확인하는 말이에요. 친구가 상대와 계속 연락한다는 걸 알면 서운한 게 당연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둘 다 몇 년씩 알고 지낸 사람일 수 있어요. 대신 이렇게 부탁하는 건 괜찮아요. "걔 소식은 내가 먼저 묻기 전엔 안 전해 줬으면 좋겠어." 편을 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 내 쪽 선을 알려 주는 말이라 친구도 지키기 쉬워요.
상대가 바람을 피웠거나 위협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요. 그럴 때는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해도 돼요. 감정을 섞은 평가 없이 있었던 일만 전해야 듣는 친구도 판단하기 쉬워요.
둘 다 나오는 모임은 어떻게 할까
여기서부터는 모임 크기에 따라 달라요. 스무 명 가까이 모이는 동호회나 큰 송년회라면 둘 다 나가도 크게 티 나지 않아요.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고 인사만 하면 되고요. 서너 명이 매번 같은 얼굴로 모이는 작은 모임이라면 사정이 달라요. 둘이 한자리에 있으면 나머지 친구들이 대화 주제부터 고르느라 지쳐요.
작은 모임이라면 상대와 직접 정하는 게 제일 깔끔해요. 연락이 가능한 사이라면 "당분간 모임은 번갈아 나가자. 이번엔 네가 가" 하고 한 번만 보내 보세요. 직접 연락이 어렵다면 모임을 주로 잡는 친구에게 "걔 오는 날이면 나는 빠질게. 미리 알려 줄 수 있어?" 하고 부탁하면 돼요. 이렇게 정해 두면 친구들도 매번 누구를 불러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같은 자리에서 마주쳤을 때 표정과 말은 헤어진 사람과 같은 모임에서 계속 마주칠 때에 따로 적어 뒀어요.
번갈아 나가는 게 억울할 때
원래 내 친구들 모임인데 왜 내가 반을 양보해야 하나 싶을 수 있어요. 그 마음도 맞아요. 처음부터 내 친구였던 사람들이라면 "이 모임은 내가 계속 나갈게" 하고 말해도 돼요. 다만 상대도 그 사람들과 몇 년을 보냈다면, 한 번에 빠지라고 하기보다 몇 달쯤 두고 천천히 나뉘게 두는 편이 친구들 마음이 덜 불편해요.
한동안 빠지는 것도 방법이에요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모임에 나가도 즐겁지 않아요. 다들 웃는데 나만 빈자리를 의식하고, 혹시 걔 얘기가 나올까 봐 두 시간 내내 긴장하게 되니까요. 그럴 땐 쉬어도 돼요. "나 한두 달은 모임 쉬려고. 너희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따로 밥은 먹자." 이렇게 말해 두면 친구들도 이유를 짐작하고 기다려 줘요.
빠져 있는 동안 연결을 아예 끊지는 마세요. 모임 대신 한 명씩 따로 만나면, 그 친구가 걔 친구인지 내 친구인지보다 나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 사이인지가 남아요. 그렇게 지내다 다시 나간 모임은 처음보다 훨씬 덜 어색해요.
끝내 연락이 뜸해지는 친구도 생겨요. 대부분은 원래 상대 쪽에 더 가까웠던 사람들이고, 누가 잘못해서라기보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 거예요. 서운한 마음에 내가 연락을 퍼붓거나 그 친구에게 내 편이라는 확인을 받으려 하면 오히려 더 멀어져요. 그런 친구를 어떻게 놓아줄지 고민된다면 따로 적어 둔 글도 있어요. 반대로 이번 일로 가까워지는 친구도 있어요. 묻지 않았는데 밥 먹자고 연락해 오는 사람, 모임에서 내가 불편해 보이면 슬쩍 옆자리에 앉아 주는 사람이요.
모임 하나가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는다고 친구를 다 잃는 건 아니에요. 몇 달 지나면 누구와 계속 볼지가 저절로 가려지니, 지금은 내가 편한 만큼만 나가면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