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더치페이, 어디까지 나눠야 할까
끝자리까지 나누자니 쪼잔해 보이고, 대충 하자니 늘 내가 더 내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술 안 마시는 날, 늦게 보내는 친구, 벌이 차이가 클 때 계산하는 법이에요.

계산서를 받아 든 친구가 "사만 칠천 원, 셋이면 한 사람에 만 오천육백육십육 원" 하고 읽는 순간 다들 웃죠. 그런데 웃음 뒤에 고민이 남아요. 끝자리까지 맞춰 보내자니 쪼잔해 보이고, 대충 만 오천 원 보내자니 계산한 친구가 손해고요.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무리마다 방식을 하나 정해 매번 같게 하면 이런 고민은 대부분 사라져요. 돈 계산이 불편해지는 건 금액보다 "왜 늘 나만" 하는 느낌이 쌓일 때예요.
끝자리까지 나누면 쪼잔해 보일까
송금 앱으로 정산하는 게 흔해지면서 정확하게 나누는 걸 쪼잔하다고 보는 사람은 많이 줄었어요. 오히려 정확하게 나눠야 아무도 마음에 걸리지 않아요. 끝자리는 계산한 사람이 정하는 게 보통이에요. "만 오천육백 원씩 보내 줘" 하고 백 원 아래는 버리는 식이요. 몇십 원 차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몇천 원 가지고 이러는 내가 쪼잔한가 싶은 날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한 달에 친구를 서너 번 만나는 사람에게 매번 몇천 원씩 더 내는 건 쌓이면 꽤 큰돈이에요. 빠듯하게 사는 시기라면 더 그렇고요. 반대로 정확하게 나누자는 친구를 정 없다고 볼 일도 아니에요. 그 친구에게는 그게 서로 신경 안 쓰게 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정말 신경 써야 할 건 끝자리가 아니라 누가 매번 계산대에 서는지예요. 늘 같은 사람이 카드를 내고 나머지가 보내는 구조라면, 그 사람은 받을 돈을 확인하고 재촉하는 귀찮은 일까지 떠안아요. 돌아가면서 계산하거나, 계산한 사람 커피값은 나머지가 내는 식으로 정하면 그 귀찮음이 덜 쌓여요.
그때그때 보낼까, 번갈아 살까
방식은 크게 둘이에요. 만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나눠 보내는 방식과, 이번엔 내가 사고 다음엔 네가 사는 방식이요.
그때그때 보내는 방식은 깔끔해요. 그 자리에서 끝나니까 기억할 것도 없고, 만나는 간격이 길거나 매번 오는 사람이 바뀌는 모임에 잘 맞아요. 대신 계산하는 순간이 조금 사무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번갈아 사는 방식은 정이 있어요. "오늘은 내가 살게" 한마디로 끝나서 분위기도 좋고요. 다만 자주 만나는 두세 명 사이에서만 잘 굴러가요. 한쪽은 고깃집에서 사고 다른 쪽은 분식집에서 사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고, 만나는 간격이 길어지면 누가 살 차례인지 서로 다르게 기억해요. "지난번에 누가 샀더라"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그때그때 나누는 쪽으로 바꿀 때예요.
덜 먹고 덜 마셨는데 똑같이 낼 때
술을 안 마시는 사람에게 술자리 더치페이는 꽤 억울해요. 콜라 한 잔 마시고 술값까지 똑같이 내는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 모임에 나가기 싫어지죠. 이건 말해도 쪼잔한 게 아니에요. 계산할 때보다 주문할 때 말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요. "나 오늘 술 안 마시니까 안주값만 나눠서 낼게." 처음부터 말해 두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계산할 때 말해야 한다면 "술값은 빼고 나눠도 될까? 나는 음료만 마셔서" 정도면 돼요. 영수증에서 술값만 따로 떼어 마신 사람끼리 나누고, 나머지를 다 같이 나누면 간단해요.
많이 먹는 사람과 적게 먹는 사람의 차이는 조금 다르게 봐요. 몇천 원 차이라면 그냥 똑같이 나누는 게 편하고, 서로 그 정도는 넘어가 주는 게 친구 사이의 여유이기도 해요. 차이가 크고 매번 반복된다면 각자 시킨 메뉴는 각자 내고 같이 먹은 것만 나누자고 하세요. "우리 이제 각자 메뉴는 각자 낼까? 나 요즘 양이 줄어서." 이유를 내 쪽으로 돌리면 상대도 덜 민망해해요.
중간에 합류하거나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있을 때도 헷갈리죠. 한 시간 늦게 와서 안주 두어 개 먹은 사람이 처음부터 있던 사람과 똑같이 내면 본인이 먼저 불편해해요. 이럴 땐 늦게 온 사람이 "나 온 다음에 시킨 것만 나눌게" 하고 먼저 말하는 게 깔끔하고, 먼저 가는 사람은 일어나면서 "여기까지 내 몫 보낼게" 하고 대충 계산해 두고 가면 돼요. 2차까지 간 사람들끼리 2차를 나누는 건 당연하니 1차에서 헤어진 사람에게 연락할 필요도 없어요.
늘 늦게 보내는 친구
"보낼게" 하고 사흘째 소식이 없는 친구가 있어요. 금액이 크지 않으니 재촉하기도 민망하고, 그냥 넘기면 매번 내가 낸 셈이 되죠. 대부분은 돈을 떼먹으려는 게 아니라 정말 까먹은 거예요. 계산할 때는 기억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다른 일로 잊어버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제일 쉬운 건 그 자리에서 끝내는 거예요. "지금 보내 줘, 나 집에 가면 까먹어" 하고 웃으면서 말하면 돼요. 이미 지났다면 다음 날 짧게 한 번 보내세요. "어제 거 만 오천 원, 시간 될 때 보내 줘." 이유를 길게 붙이지 않을수록 재촉이 덜 무겁게 들려요.
그래도 반복된다면 방식을 바꾸세요. 그 친구에게 계산을 맡기면 받는 쪽이 되니 늦을 일이 없어요. 몇 번에 걸쳐 쌓인 돈이 꽤 커져서 빌려준 돈처럼 돼 버렸다면 친구한테 빌려준 돈을 기분 안 상하게 받는 법을 참고해 보세요.
벌이 차이가 클 때
한 명은 회사에 다니고 한 명은 취업 준비 중일 때처럼 형편이 다르면, 똑같이 나누는 게 한쪽에는 큰 부담이 돼요. 이럴 때 잘 버는 쪽이 매번 사 주면 처음엔 고맙다가도, 얻어먹기만 하는 쪽이 미안해서 만나자는 말을 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장소를 덜 버는 쪽이 고르게 하세요. 그 친구가 편한 가격대에서 만나면 똑같이 나눠도 부담이 없어요. 잘 버는 쪽이 더 내고 싶다면 "이번엔 내가 살게, 대신 다음에 커피 사" 하고 상대도 뭔가 돌려줄 여지를 남겨 두세요. 금액이 맞지 않아도 서로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야 오래가요.
내가 덜 버는 쪽이라면 형편을 숨기려고 무리하지 마세요. "요즘 좀 아껴야 해서, 이번엔 집 근처에서 볼까?" 하고 말하는 게 비싼 곳에 따라갔다가 계산할 때 속 쓰린 것보다 훨씬 나아요.
여럿이 자주 모인다면
네다섯 명이 매달 모이는 무리라면 아예 회비를 걷는 방법도 있어요. 정해진 금액을 모임 통장이나 한 사람 계좌에 모아 두고 거기서 쓰는 거예요. 매번 정산할 필요가 없고 늦게 보내는 사람 문제도 줄어요. 대신 총무를 맡은 사람이 지치지 않게 몇 달마다 돌아가며 맡고, 쓴 내역은 단톡방에 한 번씩 올려 두세요.
친구끼리 돈 얘기는 꺼내는 순간이 어색할 뿐, 한 번 정해 두면 다음부터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내가 쪼잔해서가 아니라 아직 방식을 안 정해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