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해 놓고 사과를 안 하는 애인
분명 잘못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 없이 넘어가는 애인 때문에 속이 계속 걸린다면, 사과를 받아 내기보다 그 일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말부터 해 보세요.

약속에 사십 분 늦게 와서는 "배고프지, 뭐 먹을래?" 하고 메뉴판부터 펴는 애인. 화를 내자니 쪼잔해 보일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밥 먹는 내내 뭔가 목에 걸려 있어요.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싶고요. 그 걸림은 내가 예민해서 생긴 게 아니에요. 다만 사과를 받아 내는 데 매달리기보다 이 일을 짚고 넘어가는 걸 목표로 잡아야 덜 싸우고 더 많이 얻어요.
미안하다는 말이 왜 안 나올까
사과를 못 하는 사람한테는 대개 사정이 있어요. 제일 흔한 건 창피함이에요. 본인도 잘못한 걸 알아서 그 장면을 다시 꺼내는 것 자체가 민망한 거죠. 그래서 일부러 더 밝게 굴거나 딴 얘기로 지나가려고 해요. 옆에서 보면 뻔뻔해 보여도 속으로는 꽤 눈치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존심 때문인 경우도 있어요. 사과하면 지는 거라고 느끼는 사람이요. 다투는 중에 미안하다고 하면 그동안 자기가 한 말이 전부 틀린 게 될까 봐 버티는 거예요. 집에서 어른들이 서로 사과하는 걸 별로 못 보고 자란 사람은 그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기도 해요.
정말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나한테는 큰일인데 상대한테는 별일이 아닌 거죠. 늦은 건 차가 막혀서였고, 그 말은 농담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럴 때는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이게 왜 나한테 서운한 일인지부터 말해야 해요.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과부터 달라고 하면 억울하다는 말만 돌아와요.
어느 쪽이든 내 서운함이 틀린 건 아니에요. 상대가 어느 쪽인지에 따라 꺼낼 말이 달라질 뿐이에요.
듣고 싶은 말을 그대로 말해요
서운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 "너 나한테 할 말 없어?"예요. 상대가 알아서 미안하다고 해 주길 바라는 거죠. 그런데 이 말은 듣는 쪽에서는 시험 문제처럼 들려서, 답을 찾기보다 방어부터 하게 돼요. 원하는 게 사과라면 사과라고 말하는 게 제일 빨라요.
"아까 늦은 거, 나 꽤 오래 기다렸어. 미안하다는 말은 한 번 듣고 싶어." 이렇게 장면 하나와 듣고 싶은 말 하나만 넣으면 돼요. 이유를 길게 대거나 지난번 일까지 끌어오면 상대는 그중 반박할 곳을 찾느라 정작 사과할 틈을 놓쳐요. 서운함을 꺼내는 순서가 막막하면 싸우지 않고 서운함을 말하는 법을 먼저 봐 두는 것도 괜찮아요.
꺼내는 때도 골라야 해요. 상대가 막 도착해서 정신없을 때나 친구들이 같이 있을 때는 피하고, 둘이 조용해진 뒤에 말하세요. 그 자리에서 못 했으면 그날 밤이나 다음 날도 괜찮아요. 일주일 넘게 묵히면 "그걸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어?" 소리를 듣기 쉬우니 너무 미루지는 마세요.
일의 크기에 따라 바라는 것도 달라져요. 약속에 늦은 정도라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충분하지만, 거짓말을 했거나 내 얘기를 남한테 옮긴 일이라면 그 한마디로는 모자라요. 그럴 때는 "미안하다는 말도 듣고 싶고, 왜 그랬는지도 알고 싶어" 하고 필요한 걸 같이 말해 주세요. 연애 초반이라면 서로 어디서 서운해하는지 아직 모를 때라, 처음 한두 번은 화보다 설명이 먼저예요.
"뭘 그런 걸로" 하고 넘길 때
여기서 다시 따지면 싸움이 커져요. 대신 딱 한 번만 더, 내 쪽 얘기로 말해 보세요. "너한테는 별일 아닐 수 있는데 나는 그게 서운했어. 그걸 알아줬으면 해서 말하는 거야." 사과라는 단어를 빼고 서운함을 알아 달라는 쪽으로 바꾸면, 자존심 때문에 버티던 사람도 "그래, 그건 미안" 하고 받기가 훨씬 수월해요.
말 대신 행동으로 미안해하는 사람
다툰 다음 날 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 들고 오거나, 평소보다 연락을 자주 하거나, 괜히 설거지를 먼저 해 놓는 애인이 있어요.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안 하면서요. 이건 사과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대신 행동으로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이런 사람에게 "말로 해"라고 몰아붙이면 오히려 더 입을 닫아요. 먼저 그 행동을 알아봐 주세요. "빵 사 온 거, 어제 일 때문이지? 고마워." 이렇게 짚어 주면 상대는 마음이 전해졌다는 걸 알고 한결 풀려요. 그다음에 덧붙이면 돼요. "근데 나는 말로 한 번 들으면 훨씬 빨리 풀리는 사람이야. 다음엔 그냥 미안하다고 해 줘."
이렇게 한두 번 주고받고 나면 짧게라도 말로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행동으로 한 사과를 받아 주는 것과 말로 듣고 싶다고 하는 것, 둘 다 해도 돼요.
다만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요. 빵은 사 오는데 같은 일로 매번 늦는다면 그건 사과가 아니라 달래기예요. 행동으로 하는 사과의 증거는 선물이 아니라 다음에 같은 일을 안 하는 거예요.
매번 내가 먼저 풀고 있다면
다툴 때마다 결국 내가 먼저 "됐어, 밥이나 먹자" 하고 끝내고 있다면 한 번 세어 보세요. 지난 몇 번의 다툼 중에 상대가 먼저 미안하다고 한 적이 있었는지요. 한 번도 없었다면 그건 상대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둘 사이가 내가 늘 접어 주는 쪽으로 굳어진 거예요.
그걸 바꾸려면 한 번은 내가 먼저 풀지 않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어요. 연락을 끊거나 냉랭하게 굴라는 게 아니에요. 평소처럼 지내되 그 일만큼은 "그거 나 아직 안 풀렸어" 하고 남겨 두는 거예요. 상대가 그걸 보고 먼저 다가오는지를 보면 많은 게 보여요.
기다리기만 하는 게 답답하면 사이가 괜찮을 때 따로 얘기를 꺼내도 돼요. "우리 다투고 나면 늘 내가 먼저 푸는 것 같아. 가끔은 너도 먼저 와 줬으면 좋겠어." 다툰 직후가 아니라 평온한 날에 하는 말이라 상대도 덜 방어적으로 들어요. 그 말에 "내가 그랬나" 하고 놀라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아요.
내 쪽도 한 번 돌아보세요. 사과를 받았는데 "진심이 안 느껴져" 하면서 두세 번 더 요구한 적은 없었는지요. 사과할 때마다 지난 일까지 다시 꺼내져서 혼났다면, 사과 자체가 무서워진 사람도 있어요. 받을 때는 "알았어, 고마워" 하고 그 자리에서 끝내 주는 게 다음 사과를 쉽게 만들어요. 이번 일에 내가 먼저 사과할 부분도 섞여 있다면 다툰 뒤 먼저 화해하는 법을 같이 읽어 보세요.
그런데도 어떤 일에도 미안하다는 말이 없고, 오히려 내가 예민하다고 몰아간다면 그건 사과가 서툰 성격의 범위를 넘어선 거예요. 그 관계 안에서 내 서운함이 늘 없던 일이 되고 있는 거라서, 이 연애를 이어 갈지 따져 볼 이유가 돼요.
듣고 싶은 말이 뭔지, 왜 필요한지까지 말해 줬는데도 끝까지 안 나온다면 그것도 상대가 하는 하나의 대답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