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합성에 쓰였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얼굴이 합성물에 쓰였다는 걸 알았다면 혼자 지우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증거를 남기는 법, 삭제 지원을 받는 곳, 신고하는 순서를 차례대로 알려드려요.

내 얼굴이 합성물에 쓰였다는 걸 알게 되면 손이 떨리고 아무 생각도 안 나요. 먼저 두 가지만 알아 두세요. 사진을 올린 내 잘못이 아니고, 혼자 찾아다니며 지우지 않아도 돼요. 할 일은 증거를 남기고, 삭제 지원을 받고, 신고하는 순서예요.
알게 된 직후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게 정말 나인지 누구에게든 확인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도 그 이미지를 친구들에게 보내면서 묻지는 마세요. 보낸 만큼 퍼져요. 꼭 말해야겠으면 믿는 사람 한 명에게, 이미지는 빼고 말로만 하세요.
올린 계정에 직접 연락해서 지우라고 하는 것도 미루세요. 상대가 게시물을 지우고 계정을 바꿔 버리면 남길 증거가 같이 사라져요. 내 연락처를 알게 된 상대가 도리어 뭔가를 요구해 오는 일도 있고요.
신고 버튼부터 누르고 싶은 마음도 잠깐만 참으세요. 신고가 받아들여져 게시물이 내려가면 그때는 캡처할 화면이 없어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증거를 먼저 남기고 누르라는 거예요.
내 계정을 통째로 지우고 숨어 버리고 싶기도 할 거예요. 그 마음은 당연한데, 계정은 며칠만 그대로 두세요. 합성에 쓰인 원본이 어느 게시물인지, 누가 볼 수 있었는지가 나중에 필요해질 수 있어요. 당장 불안하면 삭제 대신 비공개로 돌려 두는 걸로 충분해요.
증거로 남길 것
게시물 주소를 복사해 두고 화면을 캡처하세요. 캡처에는 주소와 올린 계정의 이름, 날짜가 같이 보이는 게 좋아요. 올린 계정의 프로필 주소, 내가 처음 본 날짜와 시각도 메모해 두세요. 메신저 대화방에서 돌고 있다면 방 이름과 올린 사람의 닉네임, 참여 인원이 보이는 화면을 남겨요.
누가 알려 줘서 알게 됐다면 그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하세요. "알려 줘서 고마워. 캡처랑 주소를 나한테 보내 주고,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확인하겠다고 내가 그 방에 직접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합성에 쓰인 원본이 내가 언제 어디에 올린 사진인지도 적어 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어요.
모은 자료는 폰에만 두지 말고 메일로도 보내 두세요. 화면을 다시 보는 것 자체가 괴로우면 믿는 사람에게 대신 모아 달라고 하세요. 있었던 일을 날짜순으로 한 장에 적어 두는 것도 권해요. 상담과 신고를 하다 보면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처음부터 떠올리지 않고 그 종이를 보여 주면 되거든요.
삭제 지원과 신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이런 일을 맡아 줘요. 02-735-8994로 전화하면 상담을 해 주고 삭제 지원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려 줘요. 여기에 맡기면 내가 사이트마다 찾아다니며 지워 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돼요. 신고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여도 괜찮아요.
경찰 신고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 ecrm.police.go.kr 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하거나, 112에 전화하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직접 가서 해요. 모아 둔 주소와 캡처를 그대로 내세요. 올린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어요. 그걸 알아내는 건 수사하는 쪽의 일이에요.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라온 거라면 게시물이나 계정의 신고 메뉴로 플랫폼에도 알리세요. 증거를 남긴 다음에요. 플랫폼 신고는 본인이 아니어도 누를 수 있어서, 내가 그 화면을 다시 열기 힘들면 친구에게 대신 눌러 달라고 하세요.
돈을 내면 대신 지워 주겠다거나 올린 사람을 찾아 주겠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어요. 그런 연락에는 응하지 말고 그 메시지도 캡처해 두세요.
미성년자라면
보호자에게 말하는 게 제일 빨라요. 혼날까 봐 망설여지겠지만, 이런 일을 들은 어른은 사진을 올린 걸 혼내기보다 만든 사람 쪽을 먼저 봐요.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으면 청소년상담 1388에 전화해서 보호자에게 어떤 말로 시작할지부터 같이 생각해 보세요. 같은 학교 학생이 만든 것 같다면 담임이나 상담 선생님, 학교폭력 신고 117에도 알릴 수 있어요.
아는 사람이 만든 것 같을 때
원본 사진을 보면 범위가 좁혀질 때가 있어요. 비공개 계정에만 올린 사진이라면 팔로워 중 한 명이고, 단체방에만 올린 사진이라면 그 방에 있던 사람이에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그 순간이 이 일에서 제일 괴로운 대목이에요.
그렇더라도 직접 따지지는 마세요. 맞다면 증거를 지우고 발뺌할 시간을 주게 되고, 틀리면 엉뚱한 사람과 사이가 틀어져요. 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적어서 신고할 때 같이 전하세요. 가려내는 건 그쪽에서 해요.
그 사람과 같은 학교나 직장, 모임에 있다면 평소처럼 대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고,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거리를 두세요. 계속 마주치는 게 힘들면 상담할 때 그 사정도 같이 말하세요.
주변에 알릴지, 그리고 내 마음
누구에게 알릴지는 내가 정해요. 다 숨길 필요도, 다 말할 필요도 없어요. 다만 경찰서나 상담에 같이 가 줄 사람 한 명은 있는 게 좋아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 돌고 있다면 짧게 알리는 편이 나아요. "내 사진으로 만든 가짜 합성물이 돌고 있어. 혹시 보게 되면 저장하거나 넘기지 말고 나한테 주소만 알려 줘." 해명은 길게 안 해도 괜찮아요. 가짜라는 것과 넘기지 말라는 것만 전해지면 돼요.
회사나 학교 안에서 돌았다면 믿을 만한 상사나 담당 부서에도 알리세요. 본 사람들이 더 넘기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러게 사진을 왜 올렸어" 같은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어요.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도 그 말에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사진을 올리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고, 잘못은 그걸 가져다 합성하고 퍼뜨린 사람이 한 거예요.
SNS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천천히 정하세요. 한동안 계정을 비공개로 두거나 얼굴 사진의 공개 범위를 좁혀 두면 불안이 좀 줄어요. 공개 범위와 계정 설정을 점검하는 방법을 참고해서 내가 편한 만큼만 하세요.
가짜라는 걸 알아도 내 몸이 드러난 것처럼 수치스럽고, 길에서 누가 봤을까 싶고, 자꾸 검색해서 찾아보게 돼요. 흔한 반응이에요. 찾아내는 일은 삭제 지원에 맡기고 내가 직접 뒤지는 건 줄이세요. 잠을 못 자거나 밥이 안 넘어가는 날이 이어지면 센터 상담에서 그 얘기도 하세요.
합성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있다면 대응이 조금 달라요. 전 연인이 사진으로 협박할 때 글을 보세요.
지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그래도 증거를 남기고 도움을 청해 둔 날부터는 이 일을 혼자 붙들고 있지 않아도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