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카톡으로 돈 빌려달라는 메시지가 왔어요
가족이나 친구 이름으로 급하게 돈을 보내 달라는 메시지가 오면 손부터 떨리죠. 보내기 전 전화 한 통으로 확인하는 법과 이미 보냈을 때 할 일이에요.

"엄마, 나 폰 액정이 깨져서 이걸로 연락해. 급한 일이 있는데 지금 좀 보내 줄 수 있어?" 혹은 한동안 연락 없던 친구가 "미안한데 지금 잠깐 이체 돼? 내일 바로 줄게." 하고 보내오면 손이 먼저 은행 앱으로 가죠. 보내기 전에 딱 하나만 하세요. 원래 알던 그 사람 번호로 전화를 거는 거예요. 진짜 그 사람이면 통화 한 번에 끝나고, 아니라면 그 한 통이 돈을 지켜 줘요.
이런 메시지라면 일단 손을 떼요
사칭 메시지에는 비슷한 모양이 있어요. 휴대폰이 고장 나서 새 번호나 새 계정으로 연락한다고 하고, 지금은 통화가 안 된다며 메시지로만 얘기하려고 해요. 돈은 본인 계좌가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로 보내 달라고 하거나, 상품권을 사서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하고요. "지금 급해", "오늘 안에 꼭"처럼 시간을 재촉하는 말도 거의 빠지지 않아요.
말투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도 많아요. 평소엔 "엄마"라고 부르던 아이가 "어머니"라고 하거나, 늘 반말하던 친구 말투가 어색하게 딱딱하거나, 띄어쓰기 습관이 평소와 다르거나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 느낌을 믿으세요.
누구 이름으로 오느냐에 따라 꺼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요. 자녀 이름으로 올 때는 휴대폰이 고장 났다며 부모님께 보내는 경우가 많고, 친구 이름으로 올 때는 "잠깐만 빌려줘, 내일 줄게"처럼 가볍게 꺼내요. 회사 상사나 거래처 이름으로 급한 결제를 부탁하는 메시지도 있어요. 사이가 가까울수록, 상대가 윗사람일수록 확인하자는 말이 어려운데 바로 그 점을 노리는 거예요.
그래도 망설여지는 건 이런 마음 때문이죠. 진짜 급한 일이면 어떡하지, 의심했다가 서운해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진짜 가족이나 친구라면 확인 전화 한 통에 서운해하지 않아요. 나중에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잘했다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보내기 전에 확인하는 순서
메시지에 적힌 번호나 그 대화방 안의 통화 버튼 말고, 내 휴대폰에 원래 저장돼 있던 번호로 일반 전화를 거세요. 새 번호라고 알려 준 번호로 걸면 사기범이 받을 수 있어요. 그 사람이 받으면 그걸로 확인은 끝나요.
전화를 안 받으면 그 사람을 아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해 보세요. "혹시 지금 걔랑 연락돼? 돈 보내 달라는 메시지가 와서." 한 줄이면 돼요. 그사이 메시지에는 이렇게만 답해 두세요. "지금 전화할게. 통화되면 바로 보내 줄게." 진짜 그 사람이면 기다려 주거나 전화를 받으려고 해요. "지금 회의 중이라 통화가 안 돼, 빨리만 보내 줘" 하면서 계속 재촉한다면 사칭이라고 봐도 거의 틀리지 않아요.
확인하는 동안 상대가 보내는 링크는 누르지 마세요. "이거 설치해 줘", "인증번호 좀 불러 줘", "신분증 사진 좀 보내 줘" 같은 요구도 마찬가지예요. 이쪽은 돈을 한 번 보내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내 휴대폰이나 계좌를 상대가 직접 다루게 되는 길이거든요.
이미 보냈다면 지금 할 일
보내고 나서 알았다면 창피한 마음은 잠깐 미뤄 두고 빨리 움직이세요. 돈을 보낸 은행 고객센터에 바로 전화해서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고, 받은 계좌의 지급 정지를 요청하세요. 그다음 112에 신고하고, 금융감독원 1332에 전화하면 이후에 할 일을 차례대로 안내받을 수 있어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 사이트 ecrm.police.go.kr 에서도 신고할 수 있어요.
신고하면 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제일 궁금할 텐데, 그건 상황마다 달라서 장담하기 어려워요. 다만 빨리 알릴수록 아직 빠져나가지 않은 돈을 묶어 둘 여지가 커져요. 은행에 전화하는 게 몇 분 늦어지는 것보다 창피한 게 훨씬 나아요.
상품권으로 보냈다면 상품권을 산 곳이나 발행한 회사 고객센터에 바로 연락해서 사용을 막을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이미 쓰였을 수도 있지만, 빨리 말할수록 막을 여지가 남아요.
대화방은 나가거나 지우지 마세요. 대화 전체 캡처, 상대 프로필 화면, 송금 내역, 받은 계좌번호, 상품권 구매 영수증을 모아 두면 신고할 때 그대로 쓰여요.
"어떻게 그걸 믿었지" 하는 생각이 한동안 떠나지 않을 거예요. 이런 메시지는 생각할 틈을 안 주려고 만들어진 거라, 바쁜 순간에 받으면 누구라도 손이 먼저 나가요. 속은 사람이 모자라서가 아니에요. 가족에게 말하기 창피하더라도 숨기지 마세요. 같은 수법의 메시지가 다른 가족에게도 갈 수 있어요.
친구 계정이 도용됐다면
친구 이름으로 메시지가 왔다면 친구 계정이 남의 손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커요. 원래 번호로 친구에게 알려 주세요. "네 이름으로 돈 빌려 달라는 메시지가 왔어. 계정 한번 확인해 봐. 나는 안 보냈어." 친구는 아직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아요. 친구와 통화가 안 되면 그 친구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하세요.
친구가 할 일은 비밀번호를 바꾸고, 다른 지인들에게 "내 계정으로 돈 얘기 오면 무시해 줘" 하고 알리는 거예요. 누군가 이미 돈을 보냈다면 그 사람도 위에 적은 순서대로 바로 움직여야 하니 최대한 빨리 퍼뜨리는 게 좋아요. 친구를 탓하지는 마세요. 도용당한 사람도 피해자고, 지금 제일 당황한 사람이에요.
내 계정과 가족도 같이 챙겨요
이번에는 내가 받는 쪽이었지만 다음엔 내 계정이 쓰일 수도 있어요. 메신저와 이메일 비밀번호를 바꾸고, 여러 곳에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다면 따로따로 바꾸세요. 2단계 인증을 켜 두고, 로그인된 기기 목록에 모르는 기기가 있으면 로그아웃시키세요. 프로필에 가족 관계나 생일, 사는 동네가 너무 드러나 있으면 사칭하기 쉬우니 조금 줄여 두세요. 프로필에 무엇을 어디까지 보여 줄지는 개인정보를 지키며 친구 사귀는 법을 참고하면 정하기 쉬워요.
가족, 특히 부모님과는 미리 약속을 하나 해 두세요. "돈 얘기는 내가 보낸 메시지라도 꼭 전화로 확인하고 보내." 이 말을 미리 해 두면 나중에 비슷한 메시지가 왔을 때 부모님이 멈출 이유가 생겨요. 가족끼리만 아는 확인 질문을 하나 정해 두는 집도 있어요.
모르는 사람이 온라인에서 친해진 뒤에 돈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결이 조금 달라요. 그쪽이 걱정된다면 로맨스 스캠을 알아차리는 신호도 같이 읽어 보세요.
확인 전화 한 통은 길어야 일 분이에요. 급하다는 말이 붙은 돈 얘기일수록 그 일 분을 꼭 쓰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