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 안 하는 애 때문에 혼자 다 하고 있어요
말 꺼내면 나만 나쁜 애가 될 것 같아서 혼자 다 하고 있다면, 역할을 글로 남기는 법과 단톡방에 쓸 말, 선생님께 고자질처럼 안 들리게 말하는 법부터 챙겨 보세요.

단톡방에 "자료 다 찾았어?" 하고 올렸는데 숫자만 줄어들고 아무 대답이 없는 밤, 결국 그 부분까지 내가 붙잡고 있죠. 말을 꺼내면 분위기 깨는 애가 될 것 같고, 그냥 하자니 억울해서 손이 안 움직이고요. 억울한 게 맞아요. 다만 화를 내기 전에 누가 뭘 맡았는지 글로 남겨 두는 게 먼저예요. 그 기록이 있어야 나중에 그 애한테 한마디 할 때도, 선생님께 말할 때도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아요.
말하면 나만 이상한 애가 될까 봐
조별과제에서 혼자 떠안는 쪽은 대개 책임감이 강하고 싸우기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점수가 같이 깎이는 게 싫으니까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렇게 한두 번 메워 주면 안 하는 애 입장에서는 "가만있어도 누가 하더라"가 돼요. 그 애가 유난히 나빠서라기보다 해 줄 사람이 있으니 손이 안 가는 거예요.
안 하는 쪽에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손을 놓고 있거나, 학원 일정에 밀려 미루다 보니 이제 와서 말 꺼내기 민망해진 경우요. 그래서 처음부터 "왜 안 해"로 시작하기보다 "어디까지 했어?", "뭐가 막혀?" 하고 묻는 쪽이 대답을 받아 내기 쉬워요. 물어봤는데도 계속 조용하다면 그때부터는 사정이 아니라 태도 문제로 봐도 돼요.
처음 나눌 때 기한까지 적어요
역할을 말로만 나누면 나중에 꼭 "나 그거 맡은 줄 몰랐는데"가 나와요. 나누자마자 단톡방에 이렇게 올려 두세요. "역할 정하자. 자료 조사, 피피티, 대본, 발표 옆에 각자 이름 써 줘. 자료는 목요일 밤 열 시까지 여기 올리기." 내가 이름을 붙여 주는 것보다 각자 자기 이름을 직접 쓰게 하는 게 나아요. 자기 손으로 쓴 건 몰랐다고 하기 어렵거든요.
기한은 발표 전날이 아니라 그보다 이삼 일 앞으로 잡으세요. 그래야 누가 안 해도 메울 시간이 남아요. 이미 과제가 반쯤 진행됐더라도 지금이라도 "남은 거 다시 나누자" 하고 같은 방식으로 적어 두면 돼요.
역할을 나눌 때 일의 양도 한번 따져 보세요. 피피티 만들기와 자료 조사는 시간이 꽤 드는데, 표지 만들기나 출력처럼 금방 끝나는 일이 하나의 역할로 들어가 있으면 그 자리가 늘 핑계가 돼요. 가벼운 일은 둘을 묶어서 한 사람에게 주고, 무거운 일은 반으로 쪼개 두면 누구 하나에게 몰리는 일이 줄어요.
연락이 끊기기 시작하면
기한 하루 전에는 단톡방에 가볍게 확인을 남겨요. "내일까지 자료 올리는 거 맞지? 어디까지 됐는지 한 줄씩만 남겨 줘." 개인톡이 아니라 단톡방에 쓰는 건 기록이 남고 다른 조원도 같이 보기 때문이에요. 대신 "또 너만 안 했네" 같은 비꼬는 말은 넣지 마세요. 그 한 줄 때문에 오히려 내가 싸움을 건 사람이 돼요.
기한이 지나면 그 애한테만 따로 한 번 보내요. "자료 오늘 안에 가능해? 어려우면 지금 말해 줘. 다른 부분이랑 바꿔도 괜찮아." 바꿔 줄 수 있다는 말을 넣으면 핑계 댈 자리가 줄어들어요. 그래도 답이 없으면 다시 단톡방에 "자료 부분이 연락이 안 돼서 일단 내가 할게. 대신 발표 연습은 같이 해 줘" 하고 남겨 두세요. 이 문장이 나중에 누가 뭘 했는지 보여 주는 근거가 돼요. 단톡방은 누가 나가거나 메시지를 지우면 흐름이 끊기니까 중요한 대화는 그때그때 캡처해 두세요.
하긴 하는데 대충 해 올 때
연락이 아예 끊긴 애보다 더 곤란한 게 이쪽이에요. 기한은 지켰는데 인터넷 글을 그대로 붙여 넣었거나, 세 줄 써 놓고 "나 했어" 하는 경우요. 이걸 말없이 내가 고쳐 버리면 그 애는 자기 몫을 다 한 줄 알아요. 고칠 부분은 구체적으로 짚어서 돌려보내세요. "출처가 하나밖에 없어서 두 개만 더 찾아 줘", "이 부분은 우리 주제랑 좀 달라서 다시 봐 줄래?"처럼요. 뭘 더 하면 되는지 분명하면 생각보다 순순히 해 오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발표만 하겠다며 준비는 빠지려는 애도 있어요. 그럴 때는 "발표하려면 대본은 네가 써야 해. 자료는 내가 넘길게" 하고 발표와 대본을 묶어 버리세요. 앞에 서는 사람이 내용을 모르면 질문 하나에 조 전체가 무너지니까, 이건 나만 편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선생님께 꺼내는 첫마디
고자질 같아서 망설여지죠. "걔가 안 했어요"로 시작하면 이름이 먼저 들려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첫마디를 "조별과제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려고요"로 바꿔 보세요. 그다음은 있었던 일만 순서대로요. "역할을 이렇게 나눴는데 이 부분이 기한까지 안 와서 제가 같이 하고 있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는 말은 빼고 방법을 묻는 거예요.
말씀드리는 시점은 발표가 끝난 뒤보다 과제가 한창일 때가 좋아요. 끝나고 나면 점수가 이미 매겨져서 선생님도 손쓸 방법이 적어요. 중간에 알면 역할을 다시 정해 주거나 따로 평가하는 방법을 찾아 주기도 해요. 캡처는 처음부터 내밀지 말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그때 보여 드리세요.
끝까지 안 하면 맡은 부분 표시하기
마감 직전까지 아무것도 안 왔다면 발표 자료 각 장 구석에 만든 사람 이름을 적는 방법이 있어요. 몰래 하지 말고 단톡방에 먼저 "각 장에 만든 사람 이름 넣을게" 하고 알리세요. 기여도를 따로 적어 내라는 선생님도 있는데, 그때는 부풀리지도 줄이지도 말고 사실대로 쓰면 돼요.
다 해 주지 않을 선
혼자 메우다 보면 나도 지쳐요. 그래서 미리 선을 정해 두는 게 좋아요. 연락이 안 된 사람 몫은 발표에 구멍이 나지 않을 만큼만 채우고, 예쁘게 다듬는 것까지 떠안지는 마세요. 내 잠이나 시험공부를 줄여 가며 메우는 날이 이어진다면 그건 혼자 버틸 일이 아니라 선생님께 말할 때가 된 거예요. 과제 마감이 시험 기간이랑 겹쳐서 밤마다 마음이 쫓긴다면 시험 기간에 불안해서 잠이 안 올 때 쓰는 방법도 같이 봐 두세요.
안 하는 애가 원래 친한 친구라면 더 말하기 어려워요. 그럴수록 단톡방 말고 둘이 있을 때 "나 이번에 좀 힘들었어. 다음엔 네 몫은 네가 해 줘" 하고 짧게 말하는 게 나아요. 참았다가 과제 끝나고 서운함이 터지면 과제보다 우정이 더 크게 다쳐요. 이미 그렇게 한 번 틀어졌다면 싸운 친구에게 다시 말 거는 법을 참고해 보세요.
이번에 혼자 떠안은 게 억울했다면 다음 조별과제 첫날 역할표부터 바꿔 보세요. 이름과 기한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똑같이 억울해질 일이 꽤 줄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