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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낮추라는 말, 정말 낮춰야 할까요

눈을 낮추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면 낮출 필요는 없어요. 대신 꼭 필요한 조건 셋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아 보세요. 그 말을 흘려듣는 법도 같이 있어요.

빈 노트 위에 펜을 올려 둔 책상
AI 생성 이미지

소개를 몇 번 거절하고 나면 꼭 듣는 말이 있죠. 눈 좀 낮추라는 말이요. 무조건 낮출 필요는 없어요. 조건을 전부 한 칸씩 내려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참고 만나라는 뜻이라면 안 따르는 게 맞아요. 해 볼 만한 건 다른 일이에요. 지금 가진 조건 중에 꼭 있어야 하는 것과 있으면 좋은 것을 갈라 보는 거예요.

조건을 다 적고 셋만 남겨요

종이에 바라는 걸 전부 적어 보세요. 나이 차, 키, 직업, 사는 곳, 종교, 담배, 술 마시는 정도, 말투, 유머, 가족과의 사이, 결혼 생각까지요. 적다 보면 열 개를 넘기는 게 보통이에요. 열 개를 다 채우는 사람은 드물고, 있다 해도 그 사람 역시 자기 목록을 들고 있어요.

눈이 높다는 말을 듣는 사람 중에는 기준이 높다기보다 기준이 많은 사람이 더 흔해요. 하나하나는 평범한데 열 개가 한꺼번에 맞아야 해서 걸리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적어 놓은 것 중에 "이게 없으면 나머지가 다 좋아도 못 만난다" 싶은 것 세 개에만 동그라미를 치세요. 고르기 어려우면 지난 연애나 썸이 왜 끝났는지를 떠올려 보면 돼요. 키가 작아서 헤어진 적은 없는데 말을 함부로 해서, 연락이 안 돼서, 돈 쓰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끝났다면 내 진짜 조건은 그쪽에 있어요.

지난 연애가 없어서 떠올릴 게 없다면 오래 편하게 지낸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세요.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내가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연애를 시작해 본 적이 없어서 막막한 쪽이라면 모태솔로가 첫 연애를 시작하는 법이 먼저예요.

남들이 보기에 속물 같아도 나한테 정말 필요한 거면 남겨도 돼요. 다만 숫자로 된 조건은 다시 따져 보세요. 키 몇 이상, 연봉 얼마 이상 같은 기준은 그 선에서 조금 모자란 사람을 전부 잘라 내요. 숫자 대신 왜 그걸 바라는지를 적어 보면 조건이 달라져요. 안정적인 직장을 바란 이유가 돈 걱정으로 싸우기 싫어서라면, 봐야 할 건 회사 이름보다 그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예요.

셋 안에 "끌리는 사람" 같은 게 들어가도 돼요. 그건 사진으로는 확인이 안 되는 조건이라는 것만 알아 두세요. 끌림을 제일 앞에 두면서 사진만 보고 거르고 있다면 앞뒤가 안 맞는 거예요.

나머지 일곱 개는 지우지 말고 있으면 좋은 쪽으로 옮겨 두세요. 이를테면 꼭 있어야 하는 쪽에 담배를 안 피울 것, 말을 곱게 할 것, 주말에 쉴 것을 두고, 키와 사는 동네는 있으면 좋은 쪽으로 보내는 식이에요. 셋에 걸리지 않으면 일단 만나 본다, 이렇게만 정해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요.

사진과 조건으로는 안 보이는 것

소개를 받을 때 우리가 보는 건 사진 한두 장과 나이, 직업 정도예요. 그걸로 걸러지는 건 겉 조건뿐이에요. 말투, 식당 직원을 대하는 태도, 내 말을 끝까지 듣는지, 같이 있으면 웃게 되는지는 마주 앉아 봐야 알아요. 오래 만나게 하는 건 대개 이쪽이에요.

그래서 애매하면 한 번은 만나 보는 쪽을 권해요. 커피 한 잔, 한 시간이에요. 그 한 시간이 사귀겠다는 약속은 아니니까요. 사진을 보고 넘겼던 사람 중에 만났으면 좋았을 사람이 있었을 수 있고, 반대로 조건이 다 맞았는데 만나 보니 아니었던 경우도 그만큼 있었을 거예요.

한 번 만나고 접는 기준도 같이 보세요. 첫 만남에서는 둘 다 긴장해서 평소보다 재미없는 사람이 돼 있어요. 꼭 필요한 셋에 걸리는 게 없었고 싫은 느낌도 없었다면 두 번째까지는 보는 걸 규칙으로 삼아도 괜찮아요.

소개팅 앱을 쓴다면 필터도 같은 식으로 손보세요. 나이와 거리, 키까지 좁게 걸어 두면 화면에 뜨는 사람 자체가 몇 명 안 남아요. 꼭 필요한 조건만 걸어 두고 나머지는 프로필을 읽으면서 판단하는 쪽이 놓치는 사람이 적어요.

억지로 낮춰서 만나면 생기는 일

주변 말에 떠밀려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시작한 만남은 오래 못 가요. 만날수록 아쉬운 데가 눈에 들어오고, 속으로 점수를 매기게 돼요. 상대는 그걸 느껴요. 자기가 누군가의 타협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그건 상대에게 실례예요. 두세 번 만나도 아쉬운 점만 세고 있다면 그 만남은 접는 게 서로에게 나아요.

헷갈리면 안 되는 게 있어요. 조건은 괜찮은데 마음이 안 가서 참고 만나는 것과, 조건은 모자라 보이는데 마음이 가서 만나는 건 정반대예요. 뒤쪽은 눈을 낮춘 게 아니에요. 내가 정말 보는 게 뭔지 알게 된 거예요.

목록 옆에 한 줄을 더 적어 보면 도움이 돼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만나고 싶어 할 사람이 나인가 하는 거요. 급을 맞추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연락이 잘 되는 사람을 바라면서 내 답장은 하루씩 걸리는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원하면서 나는 상대 얘기를 궁금해하는지를 보는 거예요.

눈 높다는 말을 또 들었을 때

그 말이 아픈 건 조건 얘기로 안 들리고 "네가 그 정도를 바랄 처지냐"로 들려서예요. 말한 사람은 대개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아요. 소개해 줄 사람을 떠올리다가 막혀서 나온 말인 경우가 많아요.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으면 돼요. 소개를 여러 번 해 준 친구가 한 말이라면 한번 물어보세요. "내가 그동안 뭐라고 하면서 거절했어?" 친구 눈에는 되풀이되는 게 보여요. 늘 사진만 보고 넘겼다거나, 한 번 만나고 사소한 이유로 접었다거나요.

거절한 이유가 매번 달랐고 하나같이 사소했다면 조건이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밥 먹는 소리, 신발, 말끝 같은 걸로 접어 왔다면 아직 누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 거예요. 그럴 때는 기준은 그대로 두고 소개를 잠깐 쉬는 게 맞아요. 연애를 오래 쉬어서 누굴 만나는 일 자체가 낯설어진 거라면 연애를 오래 쉰 뒤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 더 가까운 얘기예요.

부모님이나 친척이 하는 "눈 좀 낮춰라"는 대개 빨리 누구라도 만나라는 뜻이에요. 조건을 따져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니 "네, 괜찮은 사람 있으면 만나 볼게요" 하고 넘기면 돼요. 친구에게는 이렇게 답해 보세요. "낮추려는 건 아니고, 꼭 봐야 할 것만 보려고 줄이는 중이야. 담배 안 피우고 말 통하는 사람 있으면 알려 줘." 조건이 두 개로 줄어든 걸 들으면 주변에서 떠올리는 사람이 달라져요.

줄여 봐도 포기할 게 없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 기준을 그대로 두고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선택이에요. 눈을 낮추라는 말에는 연애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데, 그건 그 사람 생각이지 내가 따라야 할 규칙이 아니에요.

셋을 골라 두면 다음에 소개가 들어왔을 때 사진보다 그 셋부터 물어보게 돼요. 주선하는 사람도 누굴 떠올려야 할지 알게 되고요. 그것만으로도 거절하는 횟수가 꽤 줄어요.

자주 묻는 질문

조건 셋을 골랐는데 전부 외모나 경제력이에요
그게 솔직한 답이라면 괜찮아요. 다만 왜 그걸 바라는지 한 줄씩 적어 보세요. 이유를 적다 보면 숫자나 겉모습 말고 다른 것으로도 채워지는 조건이 한두 개는 나와요.
주선자에게 조건을 말하면 까다롭다고 할까 봐 걱정돼요
열 가지를 늘어놓으면 그런 말을 들어요. 꼭 필요한 것 두 가지와 어려운 것 한 가지만 말하세요. 조건이 적고 분명할수록 주선자는 누구를 소개할지 떠올리기 쉬워해요.
나이가 들수록 눈을 낮춰야 한다는데 맞나요
나이 때문에 기준을 통째로 내릴 이유는 없어요. 달라지는 건 만날 기회의 수라서, 겉 조건으로 미리 거르는 일을 줄이고 한 번씩 만나 보는 횟수를 늘리는 쪽이 현실적이에요.
조건은 다 맞는데 끌리지 않는 사람은 어떡하죠
두세 번 만나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면 조건이 맞아도 접는 게 맞아요. 조건은 만나 볼 이유는 되지만 계속 만날 이유는 못 돼요. 그 사람에게도 그게 덜 미안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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