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자랑만 하는 친구가 버거워요
만날 때마다 연봉, 애인, 새로 산 물건 얘기만 듣고 오면 괜히 내가 작아지죠. 질투인지 대화가 기운 건지 나눠 보고, 대화를 내 쪽으로 돌리는 말과 덜 만나는 법을 담았어요.

브런치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친구의 성과급 얘기, 애인이 사 준 선물 얘기, 새로 계약한 집 얘기를 듣고 나오면 지하철에서 괜히 내 통장 잔고를 열어 보게 되죠. 친구는 즐거웠다는데 나는 이상하게 기운이 빠져 있고요. 이런 날이 반복된다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대화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을 가능성이 커요. 질투가 조금 섞여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둘 다일 수 있고, 둘 다 손볼 수 있어요.
질투인지, 대화가 기운 건지
버거운 이유가 친구가 가진 것 때문인지, 친구가 말하는 방식 때문인지부터 솔직하게 나눠 보세요.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가 묻는지, 내가 좋은 소식을 말했을 때 같이 기뻐해 주는지 아니면 금방 자기 얘기로 돌아가는지 떠올려 보면 대충 보여요. 다른 친구가 비슷한 얘기를 할 때는 괜찮은데 유독 이 친구 얘기만 힘들다면 그것도 단서예요.
친구가 내 얘기도 잘 들어 주는데 내가 요즘 힘든 시기라 친구 소식이 아프게 들리는 거라면 질투 쪽이 커요. 취업이 안 되거나 연애가 끝났거나 돈 걱정이 많은 시기에는 남의 좋은 소식이 다 자랑처럼 들려요. 그걸 인정한다고 나쁜 친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아, 나 지금 좀 부러운가 보다" 하고 속으로 한 번 말해 두면 친구에게 괜히 날 선 말을 하지 않게 돼요. 친구 잘되는 걸 못 봐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스스로가 싫어지는 마음도 흔해요.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과 그 마음으로 친구를 깎아내리는 건 다른 일이라, 앞의 것만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반대로 두 시간 동안 내 얘기를 꺼낼 틈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건 내 질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질투가 섞여 있어도 대화가 일방적인 건 사실이고, 그건 친구와 같이 바꿔 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자랑이 많은 사람의 속사정
자랑을 많이 하는 사람이 다 남을 깔보려는 건 아니에요. 회사나 집에서 인정받을 데가 없어서 친구한테라도 듣고 싶은 경우가 흔해요. 잘된 일을 편하게 말할 상대가 나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요. 속으로 불안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자꾸 확인받고 싶어 하기도 해요.
친구는 그게 자랑인 줄 모를 수도 있어요. 친구 입장에서는 근황을 말한 거예요. 승진한 것도, 비싼 걸 산 것도 요즘 자기 생활에서 제일 큰 일이라 꺼낸 거죠. 이 사정을 알면 조금 덜 밉지만, 그렇다고 내가 계속 들어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정은 사정이고, 대화의 비중은 바꿔도 돼요.
대화를 내 쪽으로 돌리는 말
제일 쉬운 건 맞장구를 줄이는 거예요. "와 대박", "진짜 좋겠다"를 계속 해 주면 친구는 신이 나서 더 길게 말해요. "오 그렇구나" 정도로 짧게 받고 다른 얘기를 꺼내세요.
화제를 돌릴 때는 친구 얘기에서 이어지는 질문이 덜 어색해요. 이사 얘기가 나오면 "나도 요즘 집 알아보는데 너는 어디서 찾았어?" 하고 내 사정으로 끌고 오는 식이에요. 아예 내 얘기를 먼저 깔아 두는 방법도 있어요. 만나자마자 "나 요즘 이런 일 있었는데 얘기 좀 들어 줘" 하고 시작하면 대화의 첫 판을 내가 잡게 돼요.
은근한 자랑도 있어요. "보너스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속상해, 그래 봤자 차 바꾸는 데 다 쓰겠지만" 같은 말이요. 이런 말에는 위로도 축하도 길게 하지 말고 "그렇구나" 하고 넘기세요. 반응을 기대하고 꺼낸 말이라 반응이 짧으면 금방 다른 얘기로 넘어가요.
단톡방에 새로 산 물건이나 여행 사진이 올라올 때도 매번 길게 반응할 의무는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부럽다"를 줄줄이 달아도 나는 이모티콘 하나로 충분해요. 반응을 안 하면 서운해할까 봐 억지로 칭찬을 짜내다 보면 그게 쌓여서 친구가 더 버거워져요.
얼마나 오래된 사이인지에 따라서도 힘을 쓰는 방법이 달라요. 학창 시절부터 알던 친구라면 지금 습관 하나 때문에 놓치기엔 아까운 경우가 많으니, 위의 말들로 대화를 조금씩 바꿔 볼 만해요. 모임에서 가끔 얼굴 보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굳이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요. 둘이 보는 자리를 줄이고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만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돼요.
한 번은 말해도 될 때
돌려 말해도 안 바뀌고, 만나고 올 때마다 며칠씩 기분이 가라앉는다면 한 번은 말해도 돼요. 친구를 탓하기보다 내 상태를 말하는 쪽이 덜 다쳐요. "요즘 내가 좀 힘든 시기라서, 너 잘되는 얘기 들으면 축하하면서도 마음이 복잡해. 나도 내 얘기 좀 하고 싶어." 좋은 친구라면 놀라서 "어 미안, 나 몰랐어" 하고 다음부터 조심해요. 그 말에 "그게 왜 내 탓이야" 하고 서운해한다면, 그 반응도 이 관계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돼요.
버거운 시기엔 덜 만나도 돼요
만남의 모양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에요. 마주 앉아 두 시간 수다를 떠는 브런치보다 영화나 전시, 산책처럼 같이 뭔가 하는 게 중심인 약속이 덜 지쳐요. 다른 친구가 한두 명 끼면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뉘고요.
내가 힘든 시기에는 만나는 간격을 늘려도 괜찮아요. 한 달에 한 번 보던 걸 두세 달에 한 번으로 줄이는 거예요. 그동안 친구 SNS도 잠깐 숨겨 두면 내 생활에 집중하기가 쉬워요. 친구를 끊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거리를 조절하는 거예요. 약속을 미룰 때 이유를 길게 댈 필요도 없어요. "요즘 좀 지쳐서 이번 주는 집에서 쉬려고, 다음 달에 보자" 정도면 충분해요.
자랑이든 하소연이든 한쪽만 말하는 대화에 지친다는 점은 비슷해서, 만나면 자기 힘든 얘기만 하는 친구를 두고 쓴 글의 방법도 여기에 그대로 쓸 수 있어요.
그다음엔 이 친구가 자랑 말고 다른 면도 있는 사람인지 떠올려 보세요. 내가 힘들 때 연락해 준 적이 있는지, 내 일에 진심으로 기뻐해 준 적이 있는지요. 그런 기억이 있다면 대화 습관만 조금 손보면 되는 친구예요. 반대로 만날 때마다 나를 깎아내리며 자기를 올리고 내 좋은 소식엔 무관심하다면, 자랑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기운 거예요. 그럴 땐 멀어지는 친구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해 봐도 돼요.
친구의 좋은 소식을 축하하는 마음과 듣기 지친 마음은 같이 있을 수 있어요. 대화의 반쯤은 내 얘기여도 괜찮은 사이라면, 그 친구는 계속 볼 만한 사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