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가 어려운 사람의 말 붙이는 법
스몰토크는 재미있는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편한 사이라는 걸 확인하는 일이에요. 엘리베이터, 헬스장, 탕비실에서 바로 쓰는 첫마디를 모았어요.

말을 붙일 때는 지금 둘 눈앞에 같이 보이는 것 하나를 말하면 돼요. 날씨든, 늦게 오는 엘리베이터든요. 스몰토크는 재미있는 말을 주고받는 시간이라기보다 서로 불편한 사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일이라서, 내용은 뭐든 상관없어요.
잘하려고 해서 어려워요
스몰토크가 힘든 사람은 대개 말을 걸기 전에 검사를 해요. 이 말이 재미있나, 상대가 귀찮아하지 않을까. 검사를 통과하는 말이 없으니 결국 휴대폰을 보게 되죠.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엄청 춥네요"라는 말을 듣고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저 사람이 나한테 인사를 건넸구나 하고 받아요.
날씨, 점심 메뉴, 오는 길 얘기를 다들 계속 쓰는 건 그만큼 쓸모가 있어서예요. 둘 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라 틀릴 수가 없고 의견이 갈릴 일도 없어요. "비 온다더니 진짜 오네요"에는 "그러게요" 말고 다른 대답이 나오기 어렵거든요. 뻔한 말이라서 실패하지 않아요.
비가 쏟아지거나 지하철이 늦은 날은 말 붙이기가 유난히 쉬워요. "오늘 지하철 엄청 밀렸죠" 하면 누구나 할 말이 있으니까요.
굳이 왜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어요. 평소에 한마디씩 나눠 둔 이웃에게는 "밤에 쿵쿵 소리 나면 말씀해 주세요" 같은 말도 꺼내기 쉬워요. 회사에서도 탕비실에서 몇 마디 나눈 사람에게는 일 부탁 메시지를 보낼 때 덜 망설여지고요. 정작 할 말이 생겼을 때 꺼내기 쉽게 미리 말을 터 두는 거예요.
장소마다 쓰는 첫마디
말을 붙일 일이 생기는 곳은 대개 정해져 있어요. 그 자리에서 쓸 말을 한두 개씩만 갖고 있으면 그때그때 지어낼 필요가 없어요.
말을 걸기 좋은 때도 있어요. 눈이 마주쳤을 때나 같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요. 통화 중이거나 급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게 맞아요.
말보다 작은 도움이 먼저여도 돼요.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 주거나 탕비실에서 "컵 하나 드릴까요?" 하고 건네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두 마디가 저절로 오가요.
집 근처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는 인사에 한 구절만 붙이면 돼요. "안녕하세요, 오늘 날이 많이 풀렸네요." 짐을 들고 있으면 "몇 층 가세요, 눌러 드릴게요." 강아지와 같이 탄 이웃이라면 "이름이 뭐예요?" 한마디로 내릴 때까지 얘기가 이어져요. 길어야 삼십 초 남짓이라 더 이어 갈 필요가 없다는 게 엘리베이터의 좋은 점이에요.
자주 가는 카페나 반찬 가게에서는 그 가게 물건이 화제예요. "지난번에 산 거 맛있어서 또 왔어요", "오늘은 손님이 많네요." 주인이 제일 반가워하는 말이라 대답이 길게 돌아와요. 두세 번 이러고 나면 다음부터는 저쪽에서 먼저 알아봐요.
헬스장이나 요가 수업처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을 보는 곳에서는 운동 자체를 물으세요. "이 수업 오래 다니셨어요?", "이 기구는 어떻게 쓰는 거예요?" 모르는 걸 묻는 게 제일 쉬운 말 걸기예요. 다만 상대가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한창 운동하는 중이면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게 예의예요.
회사와 모임에서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다 마주친 동료에게는 일 얘기보다 방금 있었던 일이나 곧 있을 일이 편해요. "점심 뭐 드셨어요?", "주말에 비 온다던데 어디 가세요?" 잘 모르는 다른 팀 사람이라면 "몇 층에서 일하세요?"처럼 사실만 묻는 질문이 부담이 없어요.
모임이나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방금 같이 겪은 걸 말하면 돼요. "아까 그 동작 어렵지 않았어요?",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처음 나간 자리라면 "저 오늘 처음인데 원래 이 정도 인원이 오나요?" 하고 처음이라는 걸 밝히세요. 처음 온 사람에게는 다들 친절해지거든요. 낯선 모임에 들어가서 자리 잡는 순서는 처음 가는 모임에서 어울리는 방법에 더 자세히 있어요.
한마디 뒤를 잇는 법
첫마디를 했는데 "네, 그러네요"로 끝나면 그다음이 막막하죠. 이럴 때 질문을 연달아 던지면 취조처럼 돼요. 질문 하나를 했으면 내 얘기를 한 줄 붙이세요. "점심 뭐 드셨어요? 저는 요 앞 국숫집 갔는데 줄이 길더라고요." 내 얘기 한 줄이 있으면 상대가 받아칠 거리가 생겨요. 국숫집이 어디냐고 묻든, 자기도 가 봤다고 하든요.
말을 받는 쪽일 때도 같아요. "오늘 덥죠" 하는 말에 "네" 하고 끝내지 말고 "네, 버스 기다리는데 땀이 나더라고요" 하고 한 구절만 붙이세요. 말을 건 사람이 민망하지 않고, 대화가 더 이어질지는 그다음 문제예요.
말주변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렇게 받는 쪽을 맡으면 편해요. 스몰토크에서 환영받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아 진짜요?" 하고 받아 주는 사람이에요.
자주 보는 사람과는 지난번 얘기를 이어 가면 돼요. "저번에 이사 간다고 하셨잖아요, 잘 하셨어요?", "그때 감기 걸리셨다더니 좀 괜찮으세요?" 이런 말은 내용보다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져요. 기억력에 자신이 없으면 휴대폰 메모에 "삼 층 이웃, 강아지 이름 보리"처럼 한 줄 적어 두세요.
두세 번 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솔직하게 묻는 편이 나아요. "죄송한데 성함을 다시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이름을 잘 못 외워서요." 이름을 몰라서 슬슬 피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인상을 줘요.
피할 화제도 있어요. 나이, 결혼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연봉, 사는 집이 자기 집인지 같은 것들이에요. 친해지려고 묻는 건데 듣는 쪽은 평가받는 느낌이 들어요. 살 빠졌다, 피곤해 보인다 같은 외모 얘기도 마찬가지고요. 칭찬을 하고 싶으면 "가방 예쁘네요, 어디 거예요?"처럼 물건이나 고른 솜씨를 말하는 편이 안전해요.
끊겨도 되고 끝내도 돼요
말이 끊기면 실패했다고 느끼기 쉬운데, 스몰토크는 원래 두세 마디 오가고 끊기는 거예요. 침묵이 왔다고 뭔가를 급히 채워 넣을 필요가 없어요. 탕비실에서 한마디 나누고 각자 커피를 타는 조용한 시간은 어색한 게 아니라 그냥 볼일을 보는 시간이에요.
상대 대답이 짧고 눈을 안 마주친다면 오늘은 말할 기분이 아닌 거예요.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니니 "그럼 수고하세요" 하고 물러나세요. 다음에 만났을 때 다시 인사하면 그만이에요.
끝내는 말을 갖고 있으면 시작하기도 쉬워져요.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 "저 먼저 올라가 볼게요", "그럼 운동 잘하세요." 이유를 댈 필요 없이 인사로 끝내면 돼요. 길게 붙잡는 사람에게도 "제가 지금 가 봐야 해서요, 다음에 마저 얘기해요" 하고 일어나세요.
사람들과 말을 많이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는 편이라면 하루에 한 번만 해도 돼요. 그런 사람에게 맞는 속도는 기 안 빨리고 친구 사귀는 방법에 나와 있어요.
매번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인사 뒤에 한마디가 붙는 날이 일주일에 두어 번만 있어도 그 사람과는 이미 아는 사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