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새 친구 사귀기, 어디서 시작할까
사십 대에 친구가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에요. 같은 사람을 꾸준히 보는 자리를 어디서 만들지, 처음 나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뭘 피할지 알려드려요.

사십 대에 친구가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고, 지금부터 다시 만들 수 있어요. 다만 학교 다닐 때처럼 가만히 있어도 생기지는 않아요. 같은 사람을 정해진 요일마다 보게 되는 자리를 하나, 일부러 만드는 게 시작이에요.
친구가 없어진 게 아니라 볼 일이 없어진 거예요
주말에 밥 먹자고 부를 사람이 안 떠오를 때, 부모님이 편찮으신데 털어놓을 데가 없을 때 친구가 없구나 싶죠. 내가 사람을 잘 못 챙겼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나이에는 다들 사정이 비슷해요. 회사에서는 자리가 올라갈수록 편하게 밥 먹을 사람이 줄고, 아이가 크면 학부모끼리 보던 일도 끊기고, 이사 한 번에 동네 인연이 통째로 바뀌어요.
예전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진 것도 아니에요. 경조사에서 마주치면 여전히 반갑잖아요. 서로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생활이 됐을 뿐이에요.
매주 같은 얼굴을 보는 자리
한 번 가고 끝나는 모임은 사십 대에게 잘 안 맞아요. 처음 본 사람들과 하루 만에 친해질 기운도 없고, 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쓰기도 어렵거든요. 석 달짜리 강습이나 매주 같은 요일에 모이는 모임이 훨씬 나아요. 수영이나 배드민턴 강습반은 같은 시간대에 오는 사람이 늘 비슷해서 말 한마디 안 해도 한 달이면 얼굴이 익어요.
걷기나 등산 모임도 잘 맞아요. 걷는 동안에는 말이 끊겨도 어색하지 않고, 앞을 보고 가니까 처음 보는 사이에도 얘기가 편하게 나와요. 산악회 중에는 내려와서 술자리가 길어지는 곳이 있으니, 술을 안 즐기면 뒤풀이가 어떤지 미리 물어보고 가세요.
아이가 있다면 아이 친구의 부모가 제일 가까운 후보예요. 이미 몇 번 얼굴을 봤고 사는 동네도 같으니까요. 아이 얘기만 하다 끝나는 사이에서 한 걸음 나가려면 어른끼리만 보는 일을 한 번 만들면 돼요. "애들 학원 가 있는 동안 커피 한잔하실래요" 정도면 충분해요.
아이가 없거나 다 컸다면 정기 봉사나 배우는 모임을 권해요. 목공이나 악기처럼 몇 달씩 이어지는 수업은 서로 느는 걸 지켜보게 돼서 얘깃거리가 저절로 생겨요. 집 근처 또래를 먼저 한 명만 만나 보고 싶으면 베친 같은 앱의 동네친구 찾기를 써도 되는데, 그때도 한 번 보고 마는 것보다 같이 걷는 요일을 정해 두는 쪽이 오래가요.
처음 나간 날에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으면 어쩌나, 다들 이미 친한데 나만 겉돌면 어쩌나 싶죠. 첫날은 친해지려 하지 말고 이름 두 개만 외워 오세요. 그리고 세 번은 나가 보고 정하세요. 한 번으로는 그 모임이 나랑 맞는지도, 사람들이 어떤지도 알기 어려워요.
사십 대 모임에서 제일 애매한 게 호칭이에요. 나이부터 따져서 형, 언니를 정하려는 곳도 있는데, 처음에는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게 서로 편해요. 누가 나이를 물으면 답하되 내가 먼저 묻지는 않아도 돼요. 가까워지면 호칭은 알아서 바뀌어요.
첫 질문으로 "무슨 일 하세요"는 피하세요. 쉬고 있거나 일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꼭 있어요. "여기는 어떻게 오시게 됐어요", "이 동네 오래 사셨어요"가 훨씬 무난해요. 묻지도 않았는데 내 직함부터 말하는 것도 자리를 딱딱하게 만들고요.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을 내가 받으면 운동하러 왔다고 둘러댈 필요 없어요.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하고 그대로 말하면 "저도 그래서 왔어요" 하는 대답이 돌아오는 일이 많아요. 모임을 찾아온 이유는 다들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끝나면 한 사람에게만 가볍게 물어보세요. "저 앞에 커피 괜찮은 데 있던데 한 잔 하고 가실래요." 거절당해도 "네, 다음에요" 하면 그만이에요. 연락처는 서너 번 얼굴을 본 뒤에 주고받아도 늦지 않아요.
꺼내지 않는 게 나은 얘기
이 나이대 모임이 서먹해지는 건 대개 비교 때문이에요.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아이가 어느 학교에 갔는지, 연봉과 직급이 어떻게 되는지요. 묻는 사람은 별 뜻이 없어도 듣는 쪽은 집에 가서까지 마음에 걸려요. 정치와 종교도 서로 생각이 비슷하다는 걸 알기 전에는 안 꺼내는 편이 안전해요.
누가 "아파트는 어디세요" 하고 물으면 "이 근처예요, 걸어서 십 분쯤" 하고 넘기면 돼요. 아이 성적을 물으면 "그냥 자기 할 만큼 해요" 정도로요. 아직 그런 얘기를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니 이 정도로 답해도 실례가 아니고, 대부분은 거기서 더 묻지 않아요.
할 얘기는 따로 많아요. 주말에 뭘 해 먹었는지, 운동하다 어디가 아픈지,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 부모님 건강, 요즘 보는 드라마 같은 것들요. 시시해 보여도 이런 얘기를 편하게 주고받던 사람과 일 년쯤 뒤에 속 얘기를 하게 돼요.
형편이 달라진 옛 친구를 만날 때
새로 사귀기 전에 옛 친구부터 떠오르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사십 대쯤 되면 친구들 사이에 형편 차이가 꽤 벌어져 있어요. 반갑게 만났다가도 집값이나 아이 유학 얘기가 나오면 말수가 줄고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가라앉죠. 그 친구가 변해서라기보다 사는 모양이 달라져서 생기는 일이에요.
그럴 때는 만나는 방식을 바꿔 보세요. 비싼 식당이나 골프가 부담이면 장소를 내가 먼저 정하세요. "점심에 국밥 먹고 좀 걷자" 하고요. 뭘 같이 하면서 보는 만남에는 형편 얘기가 끼어들 틈이 적어요.
내가 넉넉한 쪽이라면 매번 계산을 도맡는 것도 조심하세요. 호의로 한 일이 상대한테는 갚아야 할 것으로 쌓여요.
끊긴 동창에게 다시 연락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쪽도 비슷하게 사람이 그리운 때라 생각보다 반가워해요. 경조사 알림 말고 "문득 생각나서 연락했어" 한 줄이면 되고, 첫 메시지를 어떻게 쓸지는 다른 글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다시 만나 봐도 비교하는 말만 오가서 지친다면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로 둬도 괜찮아요.
부부 동반 모임과 혼자 나가는 자리
결혼한 사람에게는 부부 동반 모임이 제일 쉬워 보여요. 그런데 넷이 다 잘 맞기는 어렵고, 한 사람만 불편해해도 모임이 금방 뜸해져요. 배우자의 친구 부부는 어디까지나 배우자의 인연이기도 하고요. 부부 모임이 있더라도 나 혼자 나가는 자리를 하나는 따로 두세요.
혼자인 사십 대는 반대의 불편을 겪어요. 모이면 배우자와 아이 얘기뿐이라 할 말이 없어지는 거죠. 가족 단위로 오는 곳 말고 각자 혼자 오는 사람이 많은 모임을 고르면 훨씬 편해요. 운동이나 수업처럼 할 일이 분명한 곳이 대개 그래요.
가까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
학생 때는 한 학기면 단짝이 생겼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 돼요. 다들 일과 가족이 먼저라 한 달에 두세 번 보는 게 고작이고, 속 얘기를 하기까지 반년은 걸려요. 느린 게 정상이에요. 어른이 되면 친구 사귀기가 왜 어려워지는지 알고 나면 조급한 마음이 좀 덜해요.
가까워지는 계기는 작은 일이에요. 지난번에 허리가 아프다던 사람에게 "허리는 좀 어떠세요" 하고 묻는 것, 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짧게라도 연락하는 것 같은 일요. 그리고 "다음에 밥 한번 먹어요"를 날짜로 바꾸는 사람이 결국 친구를 만들어요. "다음 주 토요일에 걷고 나서 점심 어때요" 하고요.
두루 아는 열 명보다 토요일 아침에 같이 걷자고 부를 수 있는 한 사람이 생기면 생활이 꽤 달라져요. 일 년에 한 명이면 잘하고 있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