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갖자는 말을 들었을 때
시간을 갖자는 말은 이별일 수도, 잠깐 쉬자는 뜻일 수도 있어요. 추측하지 말고 기간과 연락 방식을 물어보세요. 묻는 말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에요.

그 말만으로는 헤어지자는 건지 잠깐 쉬자는 건지 알 수 없어요. 말한 사람도 아직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 뜻을 혼자 풀어 보려고 밤을 새우지 말고, 얼마나 걸릴지와 그동안 연락을 어떻게 할지를 물어서 정하세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할 일은 사실 거기까지예요.
그 말이 나오는 사정
헤어지자는 말을 차마 못 해서 돌려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헤어질 생각은 없는데 같은 싸움이 되풀이돼서 일단 멈추고 싶은 사람도 있고요. 회사나 집안일로 여유가 바닥나서 연애에 쓸 힘이 없는 경우도 있고, 마음이 식은 건지 지친 건지 본인도 몰라서 떨어져 지내며 확인해 보려는 경우도 있어요.
겉으로 들리는 말은 넷 다 똑같아요. 말투나 표정으로 어느 쪽인지 맞혀 보려 해도 잘 안 맞고, 친구들에게 물어도 각자 자기가 겪은 대로 답해요. 그래서 추측에 힘을 쓰는 대신 확인되는 것만 확인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물어볼 것
그 말을 들은 자리에서 흔히 하는 실수가 둘 있어요. 지금 당장 이유를 다 말하라고 몰아붙이거나, 자존심이 상해서 "그럴 거면 그냥 헤어져" 하고 먼저 끝내 버리는 거예요. 몰아붙이면 상대는 더 물러나고, 홧김에 끝내면 진심도 아닌 말로 결론이 나요. 놀라서 머리가 하얗다면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일 다시 얘기하자" 하고 하루를 벌어도 괜찮아요.
물어볼 건 먼저 기간이에요. "얼마나 있으면 될 것 같아? 이 주 정도야, 한 달이야?" 정확한 날짜가 안 나와도 대략은 들어야 해요. 상대가 "모르겠어"라고 하면 내가 정해서 말하세요. "기한 없이는 내가 못 기다릴 것 같아. 이 주 뒤 일요일에 얘기하자."
그다음은 연락이에요. 아예 안 하는 건지, 급한 일만 하는 건지, 가끔 안부는 괜찮은지요. 이걸 안 정하면 기다리는 사람은 메시지 하나 보낼 때마다 보내도 되나 망설이고, 상대는 올 때마다 압박을 느껴요.
꺼내기 어렵지만 하나 더 있어요. 이 시간이 사귀는 상태인지 헤어진 상태인지요. "그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되는 시간이야, 아니야?" 하고 묻는 거예요. 서로 다르게 알고 지내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끝나요.
아무것도 못 묻고 돌아왔다면 메시지로 한 번만 물으세요. "시간 갖자는 말 알겠어. 대신 언제쯤 다시 얘기할지만 정하고 싶어. 이 주 뒤 주말 어때?" 왜 그러냐는 질문이나 서운하다는 말은 여기에 붙이지 않는 게 좋아요.
기다리는 동안 하지 말 것
매일 아침 "잘 잤어?", 자기 전 "잘 자"를 보내는 건 참아야 해요. 부담 주려는 뜻이 없어도 상대가 부탁한 건 거리인데 그걸 안 지킨 게 되거든요. 프로필 문구나 노래로 마음을 내비치는 것, 스토리를 올리고 상대가 봤는지 확인하는 것도 같은 일이에요.
상대의 접속 시간과 SNS를 들여다보면 나만 힘들어져요. 새벽에 접속해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온갖 상상을 하게 되니까요. 같이 아는 친구에게 "걔 요즘 어때 보여?" 하고 떠보는 것도 결국 상대 귀에 들어가요. 집 앞에 찾아가거나 선물을 보내는 건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무시한 걸로 읽히고요.
상대가 놀러 간 사진이라도 올리면 속이 뒤집히죠. 나는 밥도 잘 못 넘기는데 저 사람은 멀쩡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사진 한 장으로 그 사람 마음까지 알 수는 없어요. 그걸 캡처해서 "잘 지내나 보네" 하고 보내면 약속한 날의 대화가 훨씬 나쁜 분위기에서 시작돼요. 자꾸 눈이 간다면 그 기간만이라도 상대 계정을 숨김 처리해 두세요.
혼자서는 참기 어려우면 친구 한 명에게 부탁해 두는 방법이 있어요. 상대에게 보내고 싶은 말이 생기면 그 친구에게 먼저 보내기로요. 친구에게 보내고 나면 정작 상대에게는 안 보내도 되겠다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시간은 나한테도 주어진 거예요
기다리다 보면 상대의 결정만 바라보게 되는데, 이 기간은 나도 이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에요. 통보를 기다리는 사람으로만 있으면 결과가 어느 쪽이든 끌려가게 돼요.
종이에 적어 보세요. 지난 석 달 동안 이 사람과 있을 때 편했던 날이 많았는지 조마조마했던 날이 많았는지, 되풀이해서 싸운 주제가 뭐였는지요. 그중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아무리 해도 못 바꾸는 것도 나눠 보고요. 그러고 나서 상대가 돌아온다고 하면 나는 정말 계속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요.
돌아보다 보면 전부 내 잘못 같아서 당장 "내가 다 고칠게" 하고 보내고 싶어지는 날이 와요. 그 말은 약속한 날까지 아껴 두세요. 상대가 뭐 때문에 힘들었는지 듣기도 전에 내놓은 다짐은 엉뚱한 데를 고치겠다는 얘기가 되기 쉬워요.
주변에는 "잠깐 떨어져 지내기로 했어" 정도만 말하는 게 좋아요. 속상한 마음에 상대 흉을 다 풀어놓으면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친구들 앞에서 내가 곤란해져요. 그리고 평소 하던 일을 그대로 하세요. 약속을 다 취소하고 폰만 쥐고 있으면 이 주가 두 달처럼 길어요.
약속한 날이 지났는데 조용하다면
하루 이틀은 더 기다려 봐도 괜찮아요. 그 뒤에 딱 한 번 연락하세요. "얘기하기로 한 날이 지나서 연락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듣고 싶어." 이 메시지에도 답이 없다면 그게 대답이에요. 말로 끝내지 못하고 연락을 끊는 걸로 끝내는 사람이 있는데, 그 경우는 갑자기 연락이 끊긴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이 도움이 돼요.
상대가 "조금만 더 시간을 줘"라고 할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받아 줄 만해요. 대신 이번에는 날짜를 내가 정해요. 두 번째 기한도 넘어간다면 상대는 결정을 미루는 중이고, 그 미뤄지는 시간을 견디는 건 나 혼자예요. 그때는 내가 먼저 끝을 정해도 돼요.
돌아왔을 때와 끝났을 때
약속한 날에는 되도록 얼굴을 보고 얘기하세요. 상대가 그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끝까지 듣고, 그다음에 내가 적어 둔 걸 말하는 순서로요. 상대의 결정을 듣는 자리이면서 내 결정을 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계속 만나기로 했다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가지 마세요. 왜 시간이 필요했는지는 꼭 들어야 해요. 그리고 한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바꿔요. 주말 이틀 중 하루는 각자 보내기, 싸우다 격해지면 삼십 분 쉬고 다시 얘기하기 같은 거요. 다음에 또 숨이 막히면 시간을 갖자고 하기 전에 뭐가 힘든지부터 말해 달라는 부탁도 같이 하고요.
끝내자는 답이 돌아왔다면 붙잡는 말은 한 번으로 충분해요. 이미 떨어져 지낸 이삼 주가 있어서 아무 준비 없이 통보받은 이별보다는 덜 무너지는 편이에요. 그래도 밤마다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면 헤어진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을 때 참는 법을 옆에 두고 버텨 보세요.
기다림이 제일 힘든 건 끝이 안 보일 때예요. 날짜 하나만 정해져 있어도 그 시간을 내 생활을 하면서 보낼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