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데도 자꾸 불안하고 확인받고 싶어요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도 금방 다시 불안해진다면 확인을 더 받는 걸로는 풀리지 않아요. 묻는 횟수를 줄이는 방법과 불안할 때 대신 할 일을 적었어요.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도 두어 시간 지나면 다시 묻고 싶어지죠. 확인은 받아도 오래 못 가요. 그래서 더 자주 확인받는 걸로는 안 풀리고, 묻는 횟수를 줄이면서 불안이 올라올 때 대신 할 일을 정해 두는 쪽이 실제로 편해져요.
불안해지는 순간은 대개 정해져 있어요
답장이 평소보다 늦을 때, 약속이 당일에 취소됐을 때, 통화가 일찍 끝났을 때, 만났는데 상대가 유난히 말이 없을 때. 불안이 올라오는 장면을 적어 보면 몇 개 안 돼요. 그 장면마다 머릿속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데, 답이 두 시간째 없다는 사실 하나에 "마음이 식었나", "어제 내가 한 말 때문인가" 하는 짐작이 순식간에 붙어요.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더 심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그 사람의 평소를 아직 모르거든요. 회의가 많은 날은 저녁까지 조용한 사람인지, 피곤하면 말수만 줄 뿐인지 알 길이 없으니 빈자리를 제일 나쁜 쪽으로 채워요. 몇 달 지나 "이 사람은 원래 이렇구나" 하는 게 쌓이면 같은 상황에서도 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 연애에서 갑자기 차였거나 바람을 겪은 적이 있으면 더 그래요. 지금 애인이 잘못한 게 없어도 비슷한 장면만 나오면 겁부터 나는 거라서, 상대가 대답을 아무리 잘해 줘도 다음 날 또 불안해져요.
확인받아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요
"나 좋아해?" 하고 물어서 "응, 좋아하지" 하는 대답을 들으면 그 순간은 풀려요. 문제는 그게 한두 시간짜리라는 거예요. 다시 불안해지면 아까 들은 말이 "내가 물어봐서 해 준 말"로 느껴져요. 그러면 묻지 않았는데 먼저 해 주는 말이 듣고 싶어지는데,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또 묻게 되고요.
자주 물으면 상대 쪽도 달라져요. 처음에는 정성껏 답하던 사람이 점점 "응", "그렇다니까" 하고 짧아져요. 귀찮아서라기보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예요. 짧아진 대답을 보면 나는 더 불안해지고, 그래서 더 묻고, 대답은 더 짧아져요.
대놓고 묻지 않고 떠보는 것도 같은 일이에요. "나 없어도 잘 지내겠네", "바쁘면 연락 안 해도 돼" 하고 마음과 반대로 말하거나, 일부러 답장을 늦게 하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 반응을 보는 것들이요. 상대가 "아니야" 하고 붙잡아 주면 잠깐 안심이 되지만, 이렇게 받아 낸 확인은 직접 물어서 들은 말보다 더 금방 사라져요.
불안할 때 할 일을 미리 정해 둬요
불안이 한창 올라왔을 때는 뭘 보내도 따지는 말이 돼요. 그러니 그 순간에 판단하지 말고 평소에 순서를 정해 두세요. 제일 쓸 만한 건 삼십 분 미루기예요. 보내고 싶은 말을 메모장에 먼저 쓰고 삼십 분 뒤에 다시 읽어 보는 건데, 그때도 보내야겠으면 보내면 되고 대부분은 그냥 지워요.
메모장에 쓸 때 사실과 내 짐작을 줄을 나눠 적으면 더 좋아요. "세 시부터 답이 없다"는 사실이고 "나한테 질렸다"는 짐작이에요. 나눠 놓고 보면 나를 괴롭히는 건 거의 아랫줄이고, 아랫줄 중에 확인된 건 하나도 없다는 게 눈에 들어와요.
묻는 걸 하루아침에 끊으려고 하면 며칠 못 가요. 하루에 서너 번 묻던 사람이라면 한 번으로 줄이고, 그 한 번은 자기 전 통화 때 쓰기로 정해 두세요. 낮에 묻고 싶어지면 "이건 밤에 물어야지" 하고 미뤄 두는 건데, 막상 밤이 되면 안 물어도 되는 날이 꽤 있어요.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 기다림이 끝나지 않아요. 대화방을 열어 읽었는지 보고, 접속 시간을 보고, SNS에 뭘 올렸나 들어가 보게 되는데 볼수록 짐작할 거리만 늘어요. 폰을 다른 방에 두고 손과 몸을 쓰는 일을 하세요. 샤워, 설거지, 빨래 개기, 동네 한 바퀴 걷기 같은 거요.
친구에게 캡처를 보내며 "이거 식은 거 맞지" 하고 묻는 것도 조심하세요. 애인에게 묻던 걸 친구에게 묻는 것뿐이라 불안은 그대로고, 친구의 짐작까지 얹혀서 더 커지기도 해요. 친구에게는 "나 지금 좀 불안해서 그러는데 잠깐만 딴 얘기 좀 해 줘" 하는 쪽이 나아요.
말할 때는 내 상태로 말해요
불안한 걸 숨기고 혼자 삭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말은 해도 돼요. 다만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 탓으로 말하면 싸움이 되고, 내 상태로 말하면 부탁이 돼요.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나한테 관심 없지?"는 상대 탓으로 한 말이에요. 이 말을 들은 사람은 해명부터 해요. 내 상태로 바꾸면 이래요. "오늘 답이 늦으니까 내가 좀 불안했어.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고, 내가 이런 데 좀 약해서 말해 두는 거야."
여기에 부탁을 하나만 붙이세요. "정신없는 날은 아침에 오늘 바쁘다고 한 줄만 해 주면 내가 덜 불안할 것 같아." 부탁은 상대가 지킬 수 있는 크기여야 해요. "불안하지 않게 해 줘"는 뭘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고, "한 시간에 한 번은 답해 줘"는 일하는 사람이 지키기 어려워요. 듣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따로 있다면 그건 표현이 적은 애인에게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방법 쪽 얘기예요.
상대가 지쳐 보일 때
"몇 번을 말해" 하는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상대도 한계에 가까운 거예요. 이때 울면서 길게 사과하면 달래 달라는 요구가 하나 더 얹히는 셈이라 오히려 부담이 돼요. "내가 요즘 많이 물었지. 대답해 주느라 힘들었겠다. 좀 줄여 볼게" 정도로 짧게 말하고, 그 뒤 며칠을 실제로 덜 묻는 걸로 보여 주세요.
상대가 정말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
전부 내 문제로만 돌릴 일은 아니에요. 상대 행동 때문에 불안한 거라면 내가 아무리 참아도 안 풀려요. 약속을 당일에 깨는 일이 잦다,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물으면 말을 흐린다, 주변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며칠씩 연락을 끊는다, 불안하다고 말하면 "네가 예민한 거야"로 끝낸다. 이런 일이 있다면 내 불안에는 근거가 있어요.
가르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지난 연애에서도, 상대가 잘해 줄 때도 비슷하게 불안했다면 내 쪽 몫이 커요. 이 사람과만 유독 그렇고 떠오르는 사건이 분명하다면 내 마음을 다스리기 전에 그 사건을 놓고 얘기해야 해요.
내 상태로 차분히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도 봐 두세요. "그랬구나, 다음엔 한 줄 남길게" 하는 사람과는 맞춰 갈 수 있어요. "또 시작이네" 하고 매번 넘기는 사람 옆에서는 누구라도 불안해져요. 거꾸로 내 확인이 누구를 만나는지 보고받고 폰을 보여 달라는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면 그건 질투와 집착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따져 볼 일이에요.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날이 이어지고, 사람이 바뀌어도 연애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상담을 받아 보세요. 애인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묻고 싶은 걸 한 번 넘겼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이 몇 번 쌓이면, 그다음부터는 같은 상황이 와도 훨씬 덜 힘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