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만 가면 연락이 안 되는 애인
술자리를 못 가게 막는다고 연락 문제가 풀리지는 않아요. 취해서도 지킬 수 있는 연락 약속과 다음 날 얘기하는 법, 거짓말이 섞일 때 봐야 할 것을 짚었어요.

술자리를 못 가게 하는 걸로는 안 풀려요. 막으면 몰래 가거나, 가서도 눈치를 보느라 연락이 더 꼬여요. 취한 상태에서도 지킬 수 있는 연락 약속을 두세 개만 정하고, 그것조차 안 지켜진다면 그때부터는 술 문제로 볼 일이 아니에요.
내가 싫은 게 정확히 뭔지부터
"술자리 좀 줄여"라고 하면 상대는 술을 끊으라는 말로 듣고 방어부터 해요. 싫은 걸 쪼개 보세요. 연락이 아예 끊겨서 무사한지 모르는 게 싫은지, 새벽 서너 시에 들어가는 게 싫은지, 이성이 같이 있는 게 싫은지, 누구랑 어디서 마셨는지 나중에 말이 달라지는 게 싫은지요.
사람마다 걸리는 데가 달라요. 연락만 닿으면 새벽까지 마셔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고, 연락은 됐는데도 시간이 늦은 게 싫은 사람이 있어요.
넷 다 싫을 수도 있지만 한 번에 다 꺼내면 상대는 뭘 고쳐야 할지 몰라요. 제일 힘든 것 하나부터 말하세요. "네가 술 마시는 게 싫은 건 아니야. 열두 시 넘어서 연락이 안 닿으면 사고 났나 싶어서 내가 잠을 못 자."
걱정과 서운함도 갈라 보면 좋아요. 무슨 일이 났을까 봐 걱정되는 건 도착했다는 한 줄로 풀려요. 나는 잊고 재미있게 노는 것 같아 서운한 건 연락이 와도 안 풀리고, 그건 술자리 말고 평소에 둘이 보내는 시간을 놓고 얘기해야 하는 문제예요.
취해서도 지킬 수 있는 약속 세 가지
가기 전에 한 줄, 자리를 옮길 때 한 줄, 집에 도착해서 한 줄. 이 세 번이면 충분해요. 가기 전에는 누구랑 어디서 마시고 몇 시쯤 끝날 것 같은지, 옮길 때는 "이차 간다", 도착해서는 "도착, 잔다" 정도예요. 다 합쳐도 일 분이 안 걸려서 취한 사람도 할 수 있어요.
약속을 시간 말고 움직임에 붙인 건 술자리에서 시간이 워낙 금방 가서예요. 방금 답한 것 같은데 두 시간이 지나 있고, 그래서 "한 시간마다 연락해" 같은 약속은 지킬 마음이 있어도 깨져요. 가게를 옮기거나 현관문을 여는 순간은 취해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니 거기에 한 줄을 붙여 두는 거예요.
술자리 내내 답장을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꼬여요. 자리에서 계속 폰을 보는 사람은 눈총을 받고, 그래서 답이 늦어지면 싸움이 되고, 몇 번 그러고 나면 "배터리가 없었어" 같은 핑계가 나오기 시작해요. 중간에 궁금한 게 생기면 한 번만 보내 두고 화장실 갈 때 답하라고 하세요.
나도 그 시간에 깨어서 기다리지 않는 게 좋아요. "도착하면 한 줄만 남겨, 나 먼저 잘게" 하고 자는 거예요. 아침에 그 한 줄이 와 있으면 약속은 지켜진 거고요. 내 술자리에서도 같은 세 가지를 똑같이 지켜야 이게 한쪽만 묶는 규칙이 안 돼요.
한두 번 빠뜨렸다고 약속이 깨진 건 아니에요. 어느 대목에서 자꾸 빠지는지 보고 거기만 고치면 돼요.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자느라 도착 연락을 못 한다면 택시를 타면서 보내는 걸로 바꾸는 식이에요.
귀가 시간
몇 시까지 들어가라고 정하는 건 성인끼리 지키기 어려워요. 회식처럼 본인이 끝낼 수 없는 자리도 있고요. 시각을 못 박기보다 "막차 전에는 일어난다", "다음 날 우리 약속이 있으면 열두 시 전에 끝낸다"처럼 상황에 붙은 기준이 잘 지켜져요. 늦어질 것 같으면 늦어진다고 알려 주는 것까지가 약속이에요.
이성이 같이 있는 자리
회식이나 동아리 모임에 이성이 있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걸리는 건 대개 이성이 있었다는 것보다 그걸 말하지 않았다는 쪽이에요. "오늘 팀 회식이고 여덟 명쯤 가. 지난번에 말한 그 후배도 와" 하고 먼저 말해 주면 뒤늦게 사진으로 알게 되는 일이 없어요. 다녀온 뒤에 누가 있었는지 한 명씩 캐묻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줄여서 말하게 되니, 미리 말해 준 건 고맙다고 하고 넘어가세요.
단둘이 마시는 자리나 밤늦게 둘만 남는 자리는 얘기가 달라요. 그건 회식과 묶지 말고 따로 정하세요. 가기 전에 누구와 둘이 본다고 말해 주기, 자리가 길어져도 이차는 가지 않기 같은 식으로요.
얘기는 다음 날 낮에
취해서 들어온 사람을 붙잡고 따지면 남는 게 없어요. 술김에 심한 말이 오가는데 상대는 다음 날 기억을 못 하고, 그 말은 나만 기억해요. 그날 밤에는 "잘 들어갔으면 됐어. 내일 얘기하자"로 끝내세요.
얘기는 숙취가 가신 오후에 꺼내요. "어제 열한 시 이후로 연락이 안 닿아서 두 시까지 못 잤어. 자리 옮길 때 한 줄 달라고 했던 건데 그게 안 됐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 몇 시에 뭐가 안 지켜졌는지만 말하고 "너는 술만 마시면", "맨날" 같은 말은 빼세요.
사정을 들어 보면 조정할 게 나와요. 윗사람 앞이라 폰을 꺼낼 수가 없었다면, 다음부터는 가기 전에 "오늘은 폰 보기 힘든 자리야" 하고 미리 말해 주기로 바꾸면 돼요. 술자리와 상관없이 평소 연락부터 안 맞는 거라면 연락 문제로 자주 다툴 때 쪽을 먼저 보세요.
사과를 받았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하고 물어서 고칠 걸 하나 정하고 끝내세요. 미안하다는 말만 듣고 넘어가면 다음 술자리에서 같은 일이 그대로 되풀이돼요.
술자리가 일주일에 서너 번이라면 연락 약속이 다 지켜져도 불만은 남아요. 그건 둘이 보낼 저녁이 없다는 얘기라서 "한 주에 이틀은 우리 시간으로 비워 두자"처럼 횟수를 놓고 따로 꺼내야 해요.
거짓말이 섞이거나 기억이 끊길 때
"집에 왔어"라고 했는데 실은 다른 데 있었거나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숨겼다면, 연락 약속으로 풀 단계는 지난 거예요. 약속을 더 촘촘하게 만든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한 번은 내 쪽도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대로 말했을 때마다 크게 싸웠다면 상대는 숨기는 쪽이 편하다고 배워요. 그렇다고 거짓말이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다만 "사실대로 말하면 화 안 낼게. 대신 숨기지는 마" 하고 약속한 다음 정말로 화를 안 내 봐야 뭐가 문제인지 가려져요.
그렇게 했는데도 숨기는 일이 이어진다면 술과는 상관없는 문제예요. 그때는 연인의 거짓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따로 따져야 해요.
마실 때마다 기억이 끊겨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고, 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까지 되풀이된다면 이건 연락보다 그 사람 안전이 걸린 일이에요. 맑은 정신일 때 "한 달 사이에 기억 없는 날이 세 번이었어. 나는 그게 무서워" 하고 본 대로 말하세요.
줄일 생각이 있는지 묻고, 있다고 하면 몇 잔까지 마실지, 몇 시에 일어날지를 본인이 정하게 하세요. 본인이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면 내가 매번 데리러 가고 뒷수습을 해도 달라지지 않아요. 그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는 내가 정해야 해요.
세 줄짜리 약속을 한 달쯤 지켜 주는 사람이라면 술자리 때문에 싸울 일은 많이 줄어요.




